정신적, 육체적, 금전적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음에도

지금은 곁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엄마'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맛난 음식을 함께 하고 싶다.

엄마는 오늘도 90세가 넘으신 할머니 보살피러 가셨지.

할머니께서 말을 듣지 않으신다며 '나도 늙으면 저럴까'하고 근심어린 표정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마다 내 마음도 같이 아팠어.

요양원은 절대 보내지 않겠다며 매일같이 할머니댁에 찾아가 잠도 설치며 애쓰는 엄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과 식사할 수 있다면 할머니와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게 왜이렇게 내 마음을 울릴까.

짧은 문장에 눌러 담겨 있는 고마움과 미안함, 무엇보다 할머니와 함께 밥을 먹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감히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깊은 감정으로 다가와서 그런가봐.

언젠가 할머니께서 죽을 드시다가 웃으시면서 나한테 나이먹으면 씹기도 힘들고 소화도 안되니, 젊을 때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 하셨을 때 난 마냥 해맑게 그러겠다고 답했는데, 그 때 엄마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었구나.

엄마가 베푸는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강해서 도저히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어.

그냥,, 엄마가 느끼는 슬픔과 분노, 답답함과 미움,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엄마의 것만이 아니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노래를 한 곡 찾아봤어.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들도, 뾰족한 표현들도 결국 다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잖아.

그러니 나중에 어떤 일이 생겨도, 부디 그 화살을 엄마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돌리지 않고 마음 속에 늘 사랑이 가득하고 평온할 수 있기를 내가 옆에서 늘 기도할게.

라디 - 엄마 (▶️ 유튜브에서 듣기)

사람이 시를 쓰는 이유는 마음을 숨겨둘 언어가 그곳에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마음을 감춰둘 여백이 그곳에 많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굳이 그리움이라는 말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일평생 복무하는 일의 전부라서 그렇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움에 종사하다 그리움에서 퇴직하는 일이다.

죽은 이들을 해부해 보면 마음자리가 늘 비어 있다.

그리움 세포가 마음을 가장 먼저 괴사시키고 온 장기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그 붉은 종양의 발원지가 마음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그리워해 본 사람들은 안다.

세포가 분열하듯이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

- 림태주, 『그리움의 문장들』, 행성비, 2021

✉️ 23. 3. 20. 오전 12:42

모든 일이 불안정하고 마음조차 많이 흔들리는 요즘입니다.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며 오로지 혼자 끌어안고 지냈어요. 퇴사하고 처음 보내는 일주일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네요.
이장희라는 가수는 처음 들어봐요. 편지를 읽고 바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노래를 들어봤어요. 아, 이 편지가 그리고 노래가 내 외로움을 안아주는구나. 자정이 넘은 시각, 괜히 또 서글퍼졌다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입니다. 고마워요, 이 편지.  

저희 레터를 사랑해주시는 구독자님께서, 어머니께 드린 답장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과 피드백이 궁금하다는 귀한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사실 저희는 이 편지를 주고받은 뒤 근 일주일간 그 주제와 관련해서 도란도란 수다를 떤답니다. 그래서 마땅히 공유할만한 내용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어머니와의 긴밀한 대책회의(ㅋㅋ) 끝에, 편지를 주고 받은 뒤 생긴 영감에 대해서는 인스타그램에 카드뉴스 형식으로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요일인 수요일 경 내용 업로드할 계획이니, 아래 인스타그램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