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인생을 지내보니,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무척 많더구나.

누구에게나 일생 동안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지. 그 때마다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선택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기회였는지는 지나고 난 후에 알아챈다고 하네.

그러니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 반복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하겠지.

스무 살 성인 이후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고, 그 결과가 어리석을지라도 책임을 지고 순응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품고 해결해나가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완성되어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그냥 내가 계속 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더라.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한 함께 가야 하고, 다시 돌아와도 함께일 수밖에 없는... 그러니 우리는 매사에 신중히 선택하고 무겁게 결정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될거야.

나는 힘 닿는대로 열심히 했는데, 지금 결과물이 어떤지는 모르겠어. 단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이야. 나의 사랑스런 남매를 끝까지(어떻게?) 책임지고 싶다. 그런데... 몸이 안 따라줘...

원하는 건 모두 얻어야 직성이 풀리고, 콧대는 하늘 높이 치솟아 도도함의 끝판왕을 보여주지만, 자신의 고향이 황폐화되자 농장을 살리기 위해 고운 손을 더럽히며 농사를 짓기도 하고, 자산가인 남자를 유혹하려 커튼을 잘라 드레스를 만들어 입기도 하지.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지 않고 에너지를 솟아나게 하는 건 그녀 특유의 책임감과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해.

엄마 말대로 삶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존재하고, 그 어떤 선택도 마냥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않아. 그렇다고 선택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내 인생은 행복하지 않을거야.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그에 따른 고통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거지. 다르게 말하자면, 책임감이란 나의 선택이 동반하는 고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도 같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소로의 일기'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

좋은 감정만 기대하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 후에 찾아오는 슬픔과 고통으로 아플 수밖에 없어. 그럴 때 치유책은 사랑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까지도 사랑하는 것뿐이야. 나의 선택은 그 순간 나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고, 행복과 함께 찾아오는 고통은 나의 실수가 아니라 그 과정 속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시련을 헤치고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어.

결국 고통을 끌어안을 용기와, 그 고통을 끌어안을 넓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아.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나 자신의 마음을 돌봐야 하고, 그 안정감을 토대로 현명한 선택을 내려 지혜롭게 고통과 함께할 수 있어. 말이야 쉽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안정보다 내 선택에 따른 고통이 훨씬 더 빠르게 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에, 삶이란 안정감과 고통 사이의 끝나지 않는 땅따먹기 게임인 것 같아.

시련에 강한 캐릭터인 스칼렛 오하라는 자신의 마음을 굉장히 잘 돌본다고 할 수 있는데, 황폐화된 농장에서 결국 싹을 틔워낸 작물처럼 삶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한 것이 그 비법인 것 같아. 스칼렛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기뻐할 때는 온 힘을 다해 기쁨을 발산하고, 슬퍼할 때는 또 온 힘을 다해 슬픔을 쏟아내.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조금만 기분이 좋으면 애교쟁이로 돌변하기도 하지.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병들지 않아. 열정적인 사람의 마음에는 감정의 잔여물이 없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어.

한 주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오늘,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고, 과거의 선택이 자꾸만 후회스럽다면, 스칼렛 오하라를 떠올리며 묵힌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고, 다시 시련을 이겨낼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

지난 금요일, 세빛섬에 있는 '무드서울 바이 겟올라잇'에서 본 공연.

세상 누구나 어느 분야에 특별히 열정을 느끼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폭발적인 열정을 보여주는 건 무대 위의 뮤지션인 것 같아. 열정 가득한 무대를 지켜보기만 해도, 왠지 나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벅차.

엄마가 가장 열정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나중에 물어볼테니까 미리 생각해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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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 그 당연한 걸 늘 잊고 살았어요. 나 회사에서는 상사한테는 이정도 밖에 인정 못받는데, 친구들한테는 이 정도도 못해주는데 등등... 늘 아쉬움이 스스로에게 많았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는게 너무 어려웠달까요. 그래도 이 편지를 보면서 날 무한히 사랑해주는 가족을 생각하게 되네요. 엄마 아빠는 내가 태어나고 건강하게 자란 것만으로도 기뻐할테니깐. 실존 그 자체로 사랑하길 그래서 나도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도 사랑할 여유가 있길 바라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