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매일 먹는 한식. 어쩌다 외식을 하게 되면 난 절대 한식은 안 먹고 주로 내가 요리하기 어려운 음식을 먹곤 해. 북경에 거주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지.

한국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한국식당에서 모여. 그리고 어제 먹었던 한국 음식을 먹는다. 그 중에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나와 함께 북경의 대중교통을 즐겨 타고 (다들 무섭다고 택시만 타거든.) 중국의 맛난 음식을 먹으러 다녔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인데, 얼마 전 점심 사준다고 나오라기에 냉큼 나갔어. 카레와 스파게티 그리고 돈가스가 합체된 퓨전 음식을 먹고 그녀의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커피보다 댕댕이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렜어.

북경에서도 그 집 식구들이 한국에 나갈 적마다 우리 집에 댕댕이 두마리를 맡기곤 했는데, 그 때의 댕댕이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그 이별이 슬퍼서 다시는 절대로 집사 안한다고 하더니 또 다시 댕댕이 두마리 집사란다. 보자마자 짖는 댕댕이들에게 냄새라도 맡게 앉아서 가만히 있었더니 씹고 빨고 비비대다가 드디어 탐색이 끝났는지 자기를 안아서 만져달란다 ㅎ.

덩치 좀 큰 놈은 빠끔 열려진 창문 사이로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우리 집 넘보지 말라고 짖어내는게 취미생활이고, 자그마한 놈은 그저 내 무릎에 엎드려 만져주지 않으면 빤히 쳐다보며 시위한다. 귀엽지...

비가 보슬보슬 오는 시원한 오후 맛있는 한 끼와 커피 그리고 댕댕이와의 즐거운 만남을 갖게 해준 그녀가 참 고맙다. 고맙다는 말대신 댕댕이 보고 싶다고 징징댔는데 "뻔한 하루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야겠어!

집에 오니 내 옷, 내 머리카락에서 댕댕이 냄새가 진동하는데 문득 냥집사에서 댕댕이 집사는 어떨까 생각이 든다. 미래의 냥이 이름은 "짜응이"로 지었는데 댕댕이 이름은 뭘로 지을까?

맞아, 나도 그 집 댕댕이 두마리 참 좋아했는데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엄마가 진짜 솔직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나도 참 기뻐. 왠지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랑 달리 엄마의 진짜 모습을 보이는 관계인 것 같아.

몇년 전부터 감사일기를 써오면서 느꼈던 점은 바로 감사한 점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거였어. 하루하루가 늘 똑같고 지루한 것 같은데, 막상 내가 정말 고마움을 느끼는 것들은 그저 매일같이 내 곁에 있는 사람들, 건강한 내 몸, 또 아름다운 하늘과 같은 것들이더라고.

그러니까 행복이란 건 사실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가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라는 거야. 지금 이 순간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난 생각해. 감사함을 찾다 보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찾아내는 여유가 생기고, 또 그런 사고 방식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니까.

저널링을 지도하면서 또 발견한 포인트가 있어. 바로 사람마다 감사함의 대상이 조금씩 다르다는 거야. 나는 보통 감사함이 내 자신에게 있는 편이야. 뭔가를 성취했다면 그걸 성취하기 위해 노력했던 내 자신에게 먼저 감사하고, 그 뒤에 나를 도운 사람들, 또 이런 환경들에 고마워하는데, 어떤 사람은 가장 먼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느끼더라고.

엄마가 써준 편지들을 읽다보면 엄마도 관계 속에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는 게 느껴져. 엄마가 더 큰 감사함과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뭘 하면 좋을지 문득 문득 생각해보는데, 정말로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게 어떤가 싶어. 막상 키울라치면 막막하다는 엄마지만, 엄마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동물이 있다면 엄마도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P.s. 그래서 그분께 고맙다는 카톡은 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