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포기야? 그냥 꿈일 뿐이야.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께서는 주말마다 가족을 다 이끌고 배낭에 코펠, 버너 짊어지고 계곡, 산 근방에서 캠핑하는 것을 즐겨하셨어. 물론 사진도 찍고. 덕분에 난 일찍부터 수동 사진기를 만져보고 찍는 즐거움을 알았어. 훗날에는 문화센터에서 사진 강습도 받았으니 관심이 꽤 많은 편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공부 마치면 시집 가는게 우선이었던 시대라서) 누군가가 나와 함께 여행을 다녀주면 그 때마다 그 지역의 사진을 찍어서 국내에 들어와서 광고도 해주고 안내도 해주는, 지금으로 치면 인스타그램 정도라고 할까. 시대에 좀 앞서갔던 것 같기도 해.

그럴 꿈꾸게 된 계기가, 틈만 나면 온 가족이 배낭 짊어지고 버스, 기차 타고 다니던 경험과 집에 굴러다니던 "김찬삼의 세계여행"이라는 책 덕분인 것 같아.

70년대 세계여행 다녀와서 책을 내신 분인데, 고작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사진으로만 본 다른 나라의 풍습과 풍경 등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 물론 나도 여행 다녀와서 책으로 내면 되겠지만, 사진 찍기가 주 목적이라서 여행은 동반자일 뿐이었어.

그러고 보니 울집에 "낚시춘추"라는 책도 있었는데, 난 열심히만 읽었지만 (그래서 입으로는 월척 수십 마리 낚았다) 삼촌들은 정독하고 실전까지 하셨어. 그 중 막내 삼촌은 초딩 4학년 일요일 어느 날 대낚 하나 둘러메고 기억을 더듬어 할아버지랑 가봤던 민물낚시터에 걸어갔단다. 집에서는 애가 사라졌다고 난리났었지. 해진 저녁에 바싹 타서 시커매진 얼굴로 돌아오긴 했지만 ㅋㅋㅋ

지금도 두 분 취미가 큰삼촌은 바다낚시, 막내삼촌은 민물낚시잖아(할아버지는 민물낚시야). 나는 막연히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기가 취미였지만, 미혼인 채로 있거나, 취미가 비슷한 남편 만났으면 든든한 후원 아래 좋아하는 등산과 여행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걸로 유명해지지 않았을까...해.

꿈은 그저 꿈이니까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내가 대견했다는 생각이 들어. 싸이월드가 좀 더 빨리 생겼으면, 난 스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ㅎㅎ 그저 꿈이니까 너도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어때?

"김찬삼의 세계여행"이 궁금하면 한 번 검색해봐. 난 그 중에 아프리카 편이 제일 재미있었어. 그 당시에는 제일 미지의 세계였어서 그런가봐.

ㅋㅋㅋ 삼촌이 홀로 낚시를 떠난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웃겨. 왠지 얼굴이 시커매진 똥똥한 장난꾸러기 삼촌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할까?

어릴 적에는 엄마는 그냥 엄마인 줄 알았고, 조금 더 컸을 때는 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미안함이 컸어. 그리고 지금은 엄마가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때는 어떤 꿈을 꿨는지, 나를 가짐으로써 무엇을 희생했는지 궁금해졌어. 엄마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그러고 보니 엄마는 우리를 낳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어. 가족 앨범에는 다양한 표정을 지은 나와 오빠의 사진이 가득차 있었지. 여행 다니면서 세상을 담고 싶었던 엄마는, 나와 오빠의 엄마가 되어 우리를 담고 있었구나. 어떻게 하면 나와 오빠를 키우면서도 엄마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지금이라도 한번 시작해보는 건 어때? 대단한 작가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즐거워하는 일을 조금씩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

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을 돌보고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 3학년, 대학을 가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꿈꿨던 미래가 있어. 화학공학과에 진학해서 화장품 회사에 취직하는 것,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화장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서른살 즈음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을 쓰고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그때 생각한 나의 꿈이었어.

지금의 나는 나름대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해. 다른 점이 있다면 '아름다움'대신 '건강'이 주요 키워드가 되었다는 거? 처음에는 외적인 아름다움이 관심사였어서 화장품회사에서 대외활동을 해봤는데, 결국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오는 거더라고. 화장품을 두껍게 바르기보단 해로움 음식을 줄여야 하고, 샴푸나 린스를 바꾸는 게 아니라 물을 많이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화장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업계에 종사하게 되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진정한 아름다움은 영양제가 아니라 건강한 정신에서 나오는 거야. 건강한 마음가짐, 건강한 습관이 외적으로 뿜어져 나올 때 그게 바로 모두가 원하는 아름다움이 되는 거였어. 그래서 요가와 명상을 시작했고 저널링을, 그리고 지금은 트라우마치유요가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어.

마음이 아프면 그 기억은 몸에 저장이 되고 신체적인 고통으로 발견되거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을 긴장하는 사람이 있고, 몸을 움츠리는 사람이 있잖아. 그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근육이 단축되고 장기와 관절이 짓눌리게 되는 거야. 그래서 마음의 병은 몸을 움직이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어. 왜냐하면 내가 요가를 하면서 많은 효과를 봤거든. 내 몸의 감각을 잘 느낄수록 마음도 단단해지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난 나의 경험을 토대로 마음이 아프다는 걸 본인이 잘 알고있고, 이를 극복할 의지가 강한 사람이 건강한 내면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 그걸 위해서 택한게 바로 트라우마치유요가(TCTSY)라는 미국에서 공인된 자격증인데, 아직 한국에는 정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없대. 내가 아마 처음이 될 것 같아. 아시아에 자격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는만큼, 7개월간의 공부도 미국 시간에 영어로 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힘든 부분이지만, 내가 꼭 선구자가 돼서 한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를 접할 수 있게 할거야. 적어도 나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건강,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게 말이야.

엄마는 꿈이 이루지 못해서 꿈이라고 했지만, 내가 꿈은 이룰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줄게. 그 모습을 보면 엄마도 다시 카메라를 잡아봐. 우린 할 수 있어. 같이 꿈을 향해 으쌰으쌰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