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사랑의 언어라니...
사랑의 언어가 5가지나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았네. 난 그냥 "사랑해" 한마디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 5가지가 충족되면 세상은 아름답고 매일 매일 행복할텐데, 실상은 완벽해지기 힘들겠지?

너희들이 어릴 때는 매일 매일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면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는 꽉 찬 기분이었을 거야. 자라나면서 감정도 휘몰아치는지 언어도 스킨쉽도 거부하는 때가 오더구나. 차츰 자아가 뚜렷해가면서 함께 있는 시간도 짧아지는데, 대화로도 감당이 안되는 때가 오기도 해. 함께 있어도 서로에게 걸맞는 대화가 없다면 더욱더 외롭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가끔은 떨어져 지내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야. 그러다가 그게 편해지면 더 멀어지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반대야.

인정해주는 말.

서로의 지나온 삶을 인정해주고 위로와 격려를 준다는 말 같은데, 음... 같이 겪은 일에 대해서는 공감가는 일이니 좋은 말이겠지만, 그 순간을 외면하고 차후에 인정해주면 과연 행복할까? 그 노고가 말 한마디로 사라질 수 있을까 싶네.

봉사...

인위적이건 자연적이건 나와 인연을 맺었다면 일평생 상대와 서로 봉사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맘에 우러나는 봉사말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봉사도 있겠지. 책임이랑 비슷하지만 봉사는 상대에게 기쁨과 고마움을 그 때 그 때 표현할 수 있겠지. 같이 있는 동안만이라도 봉사하는 삶을 계속한다면 세상은 이별도, 아픔도 미움도 괴로움도 없이 사랑만 넘칠거야.

그런데 난 이 진리를 진작 알고 살지는 못했어. 이제 깨달은 것이지. 프로포즈할 때 다들 말하잖아.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습니다"라고. 이 말 속에는 엄청난 봉사와 책임이 깃들어 있는 말임에도 다들 서스럼없이 쉽게 말하곤 하지. 지키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하는 걸까, 모르고 하는 걸까, 참 궁금하다.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며 외면하지 않으면 살만한 세상일 것 같다.

엄마의 언어인 봉사는 사랑이 담긴, 배려가 담긴 행위 같은 거구나.

언제나 말보다 행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엄마다운 대답이야.

인정하는 말과 봉사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들으니 동정과 연민의 차이가 떠올라. 동정은 다른 곳에 서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고, 연민은 같은 곳에 서서 안아주는 거래. 엄마를 저 멀리서 쳐다보며 힘들었겠다, 말만 하는 건 동정이고, 함께 모든 일을 겪으며 서로 도왔다면 그게 진정한 연민이자 엄마가 말하는 봉사였겠지. 나는 엄마에게 그만큼 공감하고 함께하지 못했어서 참 미안해.

늘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했던 엄마라서, 사랑이 담긴 손길과 행동이 더욱 필요했던거였구나.

가만히 있어도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예쁜 옷을 입혀주던 어릴 적에는 그저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어. 더 커서는 내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공부하는 나를 조용히 도와주는 게 당연한 엄마의 일인 줄 알았어. 대학에 가서는 내가 세상을 탐구하고 지쳐 돌아왔을 때 아무 원망도 없이 마냥 넓은 마음으로 나를 감싸줘야만 엄마인 줄 알았어.

엄마도 아직 엄마의 마음 속에는 어릴 적 20대의 마음이 남아있는 거겠지. 그래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넘어서서 사랑을 필요로 하는 두 사람의 관계로써 마음을 나눠야한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야.

엄마의 편지를 읽고는 더 궁금해져.

엄마의 언어인 '봉사'를 엄마는 언제 받고 싶었을까?

그리고 받지 못했을 때 얼마나 외롭고 절망스러웠을까?

엄마는 지금 또 엄마의 엄마를 위해 봉사하는게 일과가 되었지. 엄마는 강인하고 넓으니까 그것도 물론 소화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엄마를 위해서 봉사해줘.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면서 살아온 건 엄마 당신의 노력과 수고가 있어서니까, 엄마를 위한 시간도 노력도 가졌으면 좋겠어. 나도 바쁜 와중에도 꼭 잊지 않고 감사함과 미안함 전하려 노력할게.

사랑해  ❤️

✉️ 23. 4. 24. 오전 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