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일 적에는 조그마한 일이라도 나름 뿌듯하고 나 자신이 기특했던 적이 분명히 몇 가지는 있었을 거야. 그러나 결혼하고 그 인생의 회오리 속에 살아보니, 예전의 일들은 참 별거 아니더구나. 생각도 안 나는 거 보니...

임신했는 줄도 모르고, 몸이 안 좋고 잠도 잘 못 이루기에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아 먹었거든. 태아에게 해가 갈까봐 열 달 내내 조바심치며 지냈는데, 반들반들한 아이를 낳아 전쟁치루듯 키웠다.

수고했다, 나 자신!

애썼다, 나 자신!

원래 아기를 좋아했고, 나를 바라볼 때 그 초롱초롱한 눈이 예뻐서 아기 돌보는 일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일은 보람차지만 내 몸이 힘들어지네. 지금은... 아기가 두렵다!

고생했어 나 자신!

아무리 육아고수라 해도, 이 정도면 엄마는 엄마가 적성에 맞는 거 아닐까?

내용이 주로 불안함을 이겨내고 잘 키워냈다는 내용인 걸 보면, 엄마는 불안함이 엄마의 가장 큰 적인가봐. 그 불안감에 잠식당하지 않고 여기까지 꿋꿋이 달려온 엄마가 참 존경스럽고 감사해.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어. 원래도 감사일기에 대한 효능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가 안내하는 방식이 엄청 인상적이었거든.

우리는 모두 우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자아가 있대. 여기서는 'X파트'라고 불러. (뭘 해도 안될거라고 말하는 신념이라서 그렇게 이름지은 것 같아. 엄마에게 불안감 같은?) 그 X파트가 발동되면 부정적인 생각이 마치 먹구름이 드리우듯 우리 존재 그 자체를 뜻하는 태양을 가려버린다는 거야. 먹구름이 두꺼워지고 지속될수록 태양의 존재를 잊게 되겠지. 이 먹구름을 물러가게 하는 방법은 바로 감사의 흐름을 만드는 거래.

잠시 눈을 감고 감사한 것들을 떠올리는 거야. 내 자신에게 감사한 것도 좋고, 아니면 주변 사람, 음식 혹은 자연에게 감사한 것이라도 좋아. 너무 많을 필요 없고 딱 세 개에서 네 개 정도만.

한번 감사한 것을 떠올리면 물꼬가 트면서 다른 감사함이 물밀듯 밀려올 수도 있어. 그래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멈추고 이제 서너개의 감사함을 더 깊이 느끼는 게 더 좋아.

감사함이 몸을 타고 흐를 때, 세상이 마치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고 따뜻한 위로의 에너지가 느껴지면 성공이야. 그리고 그 다음에 감사함을 또 떠올릴 때는 웬만하면 겹치지 않는 걸로 떠올리면 더 흐름이 강해질 수 있어.

나는 감사한 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이 세상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따뜻해져. 무언가가 내 삶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기분이랄까? 창의성이든 통찰력이든, 나를 더 빛내주는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 세상과의 연결성 그리고 소속감이라고 생각해. 왜 애기들도 놀이터에서 뭔가 모험을 할 때마다 엄마가 보고있는지 슥 뒤돌아본 뒤에 가잖아. 내가 실패해도 누군가 계속 내 곁에 있어줄 거라는 믿음과 안정감이 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엄마도 우리를 낳을 때 할머니께서 늘 힘을 주셨다고 했잖아.

나이가 들수록 엄마에 대한 감사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그러니까, 엄마도 내 안정감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 또 엄마 자신에게도 그런 감사함을 느꼈으면 좋겠어. 진심 다해 편지 눌러써줘서 고마워 엄마!